하지원 “김명민 우울증? 내가 더 심해 칩거생활중”(배우탐험)
[뉴스엔 글 홍정원 기자 / 사진 지형준 기자]
여자 하지원(31)은 없었다. 인터뷰 장소에는 여자 하지원이 되고 싶은 배우 하지원만 있었을 뿐. 여배우이기에 작품에서나 화보에서는 늘 화려하고 아리따운 모습이다. 여자 하지원은 사라지고 겉으로만 화려한 배우 하지원만 남았다. 그는 모범생처럼 연기에만 몰입하다 보니 진정한 여자 하지원이나 인간 하지원은 잊고 산다. 그러다 서른 살이 넘었다. 요즘 15년간 배우로 살면서 잊고 지냈던 여자 하지원, 인간 하지원을 탐구하는 중이다. “새록새록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는 하지원을 가을 내음과 커피 향기가 어우러진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칩거 모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를 통해서도 루게릭 환자의 아내 지수 삶을 산 하지원은 아직도 ‘칩거 모드’ ‘우울 모드’라고 했다. 때문에 ‘내 사랑 내 곁에’가 크랭크업한 뒤 7월 ‘해운대’ 프로모션 당시 무척 힘들었다. 그 때도, 지금도 사람 만나는 게 귀찮아 귀차니즘에 젖을 정도로 우울증에 빠져 있다.


“원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는데 촬영 4개월간 영화에 관계된 사람 아니고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어요. 심지어 촬영이 끝난 후 4개월 동안도 사람을 만나지 않았어요. ‘내 사랑 내 곁에’ 종우(김명민) 때문에 총 8개월 동안 그렇게 산 거예요. 누구와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친구와의 약속도 모두 취소했어요. 아직도 그럴 때가 있어요. 칩거하고 있어요. 외부와 차단된 채. 5월 촬영을 마쳤는데 지금도 침울할 때가 많아요. 기분전환을 위해 차에서 계속 2NE1과 2PM 곡을 듣기도 해요.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죠.”
# 화수분 같은 배우
그는 상대방이 영화 이야기를 하자고 요청하고 시간을 끊지 않으면 24시간이라도 이야기를 할 배우다. 그만큼 연기 열정에 끝이 없는, 화수분 같은 배우다.
“사실 제가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를 사랑해본 경험이 없잖아요. 그래서 다큐멘터리 같은 걸 많이 봤어요.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내 속에서 끄집어내 연기한다는 게 힘들더라고요. 박진표 감독님이 (감정의) 순서대로 찍지 않았으면 아마 진짜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종우는 종우고 명민씨는 명민씨더라고요. ‘발리에서 생긴 일’ 때도 그렇고 매번 작품 속에서 남자와 사랑에 빠져요. 진짜 열렬히.”


하지원은 드라마 ‘다모’ ‘황진이’ 촬영 당시 배역에 무섭게 몰입해 빠져 나오기 어려웠던 것처럼 이번에도 지수에서 빠져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 빠져 나오고 싶지만 빠져 나올 수 없는 게 아니라 일부러 빠져 나오기 싫어서 지수를 붙잡고 있다고 했다.
“정말 지수가 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언론시사회 때도 눈물을 흘렸던 거였죠. 촬영 당시 느꼈던 감정들이 자꾸 생각나서요. 가족이나 지인들이 요즘도 ‘넌 하지원이야. 빨리 하지원으로 돌아와!’라고 말해요. 하지만 제가 지수를 보내기 싫어 계속 붙잡고 있어요. 추억을 버리기 싫어서 붙잡아요.”
하지원은 지수를 위해 평소 좋아하던 운동도 끊고 사랑하는 술과도 잠시 이별을 고했다. 종우 역의 김명민이 체중을 감량할 때도 초반에는 살을 함께 빼기도 했다. 일부러 뺀 것은 아니고 감정에 몰입하다 보니 수척해졌다고.
# 이젠 팜므파탈
‘1번가의 기적’ ‘해운대’ ‘내 사랑 내 곁에’까지, 요즘 하지원은 노메이크업에 가까운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오색찬란했던 ‘황진이’ 이후 화려한 역할이 그립지 않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치명적인 섹시한 매력의 하지원을 볼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화려한 캐릭터를 그리워한 적은 없어요. 이번 작품에서 액션 연기를 많이 했다면 다음엔 몸은 쉬고 싶어 가벼운 캐릭터를 해요. 이번 작품에서 소탈한 장례지도사 역할을 했으니 다음 작품에선 팜므파탈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한 남자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팜므파탈 연기는 해본 기억이 없네요. 팜므파탈 역에는 여인의 향기가 묻어있어야 하는데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그는 배우로서는 팜므파탈이 되고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자’가 되고 싶단다. 한 남자의 여자.
“영화처럼 사랑해보고 싶어요. 얼마 전부터 제 자신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여자 하지원, 인간 하지원의 재발견이죠. 나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도 나를 위해서만 살지 않겠어요. 연기하는 배우 하지원이니까요.”


十五字
的意思是。。。。是不是用来增加人气用的阿？？？